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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나의 작은 악마, 마롱에게.
나의 세상은 분홍빛으로 설계되어있어. 나는 분홍이 있어야만 숨을 쉴 수 있거든. 하지만, 너와 살아가기 위해선 이 아름다운 분홍빛 세계의 작은 파멸을 목격해야만 했지. 오, 세상에 그 말랑한 발바닥으로 도대체 무엇을 부수고 있는 거니?
그래, 나의 작은 악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세계를 다시 받아들여야만 했어. 그 세계에선 배워야 할 것도 참 많았지.
인내하기,
비우기,
포기하기
그리고 사랑하는 법까지.
반려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해야하는 것과 안되는 것들이 있었거든. 나의 작은 악마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선 나도 어린아이가 되어야 했으니까 말야.
하지만 이제는 분홍은 커녕 근심 가득 외로움으로 물든 까만 밤이 와도 괜찮아, 품 속으로 안겨들어오는 하얀 털뭉치의 포슬포슬한 털냄새와 함께라면 견딜 수 있으니까.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말야.
그럼 꿈에서 또 만나자. 이곳에선 마음껏 부셔도 괜찮아.
From. 너의 반려 인간, 멜리가.
P.S. 아무래도 너의 답장을 바라는 건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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