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정
2023. 07. 14 ~ 2023. 07. 26
(7.19, 7.20, 7.21, 7.25 휴무)
운영시간
평일 14 : 00 ~ 18 : 00
주말 14 : 00 ~ 19 : 00
주소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61. 3층
SNS
무료 전시.
반려동물 입장 가능.
* 동반시 에티켓을 지켜주셔서 모두가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유료 노상 주차장. 전시장 내 취식 불가.
물에서 뭍으로
웅웅 울리는 소리. 물 속에 있으면 거대한 물의 움직임 소리가 울린다. 울림에 귀가 먹먹해지고, 익숙해진 후에는 어느새 고요가 남는다. 적막. 물 속엔 아무 것도 없다.
어느날 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어떤 이가 나를 잡고 뭍으로 끌어올렸다. 물에서 뭍으로 나왔을때, 그제야 내가 물 속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뭍으로 나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뭍에서 거친 호흡을 뱉으며, 이제는 숨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뭍은 어두웠다. 물 속만이 어두운 줄로 알았는데. 뭍에는 물과는 다른 어둠이 있었다. 뭍의 어둠은 혼란스럽고 복잡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존재해 소란했다. 적막 이후의 소란. 나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뭍으로 나오면 모든 것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날의 번잡스러움, 고통이 떠올랐다. 나를 물로 내몰았던 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날을 들추며 이제와서 그를 탓 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진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숨 쉴 수 없는 물이든 소란스러운 뭍이든 나는 어느 곳에도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뭍에서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이든 뭍이든 나는 계속 살아가야 되는 걸까.
글. 하호하호
브레이브 썬샤인이라는 이름을 고백하자면 다짐이다. 발견이자 믿음이고 기도이다. 나 또한 희망을 가질 용기가 있었음을 고백하는 이름이다. 이제는 나도 행복을 말하고 내일을 꿈꾸겠다는 다짐.
이렇게나 비장한 다짐씩이나 하고 뛰어든 꽃밭이니 당연히 언제나 포근하고 따스한 햇살만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 내가 어떻게 도착한 구원의 꽃밭인데. 그런데 왜 이렇게 햇살이 따가울까 덕분에 꽃은커녕 잡초만 무성히 자라난다. 온종일 비가 내려 아무도 이곳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이 몇 날 며칠이고 이어지기도 하고, 원한 적 없는 불청객들이 함부로 이 꽃밭을 밟고 지나간다.
여기에 오기 전 지내던 절벽 아래는 고요했다. 떨어진 줄도 모르고 떨어진 절벽 아래는 내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행복을 욕심낼 용기 따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으니까. 감히 나 따위가 저 하늘 위 햇살을 보고 용기를 가질 필요가 없었는데. 후회를 했다. 또 내가 다 망쳐버렸다고.
조금 더 멋진 환상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부끄럽게도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그림자로 살아온 나 따위가 햇살을 말해도 되는 사람인지. 이렇게나 오랜 시간 그림자 안에서 불안을 안심하며 도망쳐온 주제에. 하지만 실은 알고 있다. 이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안아들고 땀을 비처럼 흘려대는 끈적하고 짜증나는 오늘을 사무치게 꿈꿔왔다. 매일매일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를 뽑고 지루한 인내를 견디고 피고 지는 꽃의 매일을 지켜보는 날들을. 이 생생한 삶의 혼란 속으로 뛰어드는 나의 용기를 기다려왔다.
이 생생한 혼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나와 닮은 이들을 찾아낸다. 물에서도 뭍에서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아 불안해하는 이의 작업에서 또 나의 얼굴을 찾아냈다. 어쩌면 당신의 얼굴이 비칠지도 모르겠다. 어떤 위로는 상처가 된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살아야 한다는 뻔한 말보다 불안의 순간을 공감하는 것에 오히려 더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는 뻔뻔하게 부탁하겠어요. 물에서도 뭍에서도 여전히 부적응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 무더위를 뚫고 브레이브 썬샤인으로 와달라고요. 시시콜콜한 인사를 나누고 이 전시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건 구원 이후에도 여전히 부적응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안부 인사니까. 이 안부 인사를 계속 계속 나눠달라고 당신들을 귀찮게 굴고 싶어요. 나는 정말 우리의 내일이 궁금하니까.
글. 브레이브 썬샤인, 전포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