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정
2023. 01. 28 ~ 2023. 02. 13
(1.31, 2.1, 2.7, 2.8 휴무)
운영시간
주소
SNS
평일 14 : 00 ~ 18 : 00
주말 14 : 00 ~ 19 : 00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61. 3층
무료 전시.
반려동물 입장 가능.
* 동반시 에티켓을 지켜주셔서 모두가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유료 노상 주차장. 전시장 내 취식 불가.
전시장 방문시 마스크 착용 필수.
외로운 마음, 일렁일렁 어지러운 마음으로 번져가는 파란 세상에
조금씩 조금씩 분홍색의 순간을 섞어 나갑니다.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
그렇게 경계를 허물며 만들어낸 풍경은 선명하진 않지만
뭉근한 빛을 내며 오랫동안 자리합니다.
혼자였던 시간도 우리였던 시간에도 항상 함께였던 그림 속 친구들이
여러분 마음 속에도 오랫동안 머물기를 바라며.
서 평화 드림.
♣CLOVERVIEW
.interviewer - 브레이브 썬샤인 대표
.interviewee - 서평화 작가님
B : 작가님, 안녕하세요. 브레이브 썬샤인의 2023년을 여는 첫 전시에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쁩니다. 그럼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자기 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S :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서평화입니다. 반갑습니다.
B : 마치 한번도 꾼 적 없던 꿈처럼 몽롱하고도 너무도 익숙히 포근한 작가님의 그림 안에 빠져 허우적대다 제목을 발견하고선 머리를 댕- 맞은듯 푸하하 웃어버리고 맙니다. 이렇게나 사랑스럽고도 안성맞춤인 제목을 고르는 작가님만의 필살기 비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특히 < 감자칩은 먹고 싶지만 손에 소금기를 묻히긴 정말 싫어>의 그림과 제목의 환상적 조합을 정말 x100 좋아해요!)
S : 사용하는 단어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아서 멋진 제목을 생각하려고 해도 자주 실패하거든요. 그래서 이럴 바에는 깊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작업하는 동안 느낀 것들을 제목으로 옮기자고 자주 생각해요. 필살기까지는 아니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 중에 가끔 구어체의 제목을 가진 것 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제목들이 눈길이 가고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고요. 화면 너머의 인물이 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래 인상이 남아요. 이런 이유로 구어체의 제목을 자주 짓고 있어요.
B : 작가님의 그림 속엔 묘하게 낯설고도 포근한 기억 어딘가에 살고 있던 것만 같던 요괴 친구들이 자주 등장하지요. 이 친구들의 모티브는 주로 어디로부터 건져 올려지는지 궁금합니다.
S : 인간과 요괴의 우정, 사랑을 다룬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요괴는 인간에 비해 한없이 긴 삶을 살잖아요. 이런 설정에서 오는 만남과 헤어짐의 뭉클하고 그리운 감정들이 참 좋아요. 그리고 어딘가 외로운 주인공에게 문득 다가와서 말을 건네고 서로의 빈 부분을 채워나가는 여정이 많다는 점도 너무 좋고요.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좀 더 애틋한 느낌이 들어서 더 마음에 남아요. 이런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계속 찾아서 보다 보니 요괴 자체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점도 너무 좋아서 자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B : 작가님의 작품과 작품 사이 연결되는 지점이 발견될 때가 있어요. 창문과 창문 밖 풍경이 연결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저는 이것이 마치 만화적 서사 흐름을 차용한 의도적인 장치라고 여겨졌는데요. 이런 장치를 활용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 : 만화나 영상처럼 장면의 전환이나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얻어지는 여운을 만들어내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림 속 인물의 감정이나 시선, 혹은 프레임 너머의 풍경들을 저만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분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방식을 활용하게 되었어요.
B : 특히나 이번 전시에선 포근한 작가님의 작업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인형 작업들을 보여주실 예정이시죠. 인형 작업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S : 평소 미니 피규어나 인형을 사 모으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는 캐릭터가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현실 세계에 튀어나오는 것만큼 귀여운 일은 없잖아요. 저도 제 그림 속 친구들을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 왔었는데, 좋은 기회로 제가 정말 애정하는 가게 사장님께 손바느질을 배우게 됐어요. 잘 알지 못했던 바느질 세계에 입문하고 나니 이 세 상에 이렇게 예쁘고 다양한 원단이 많다는 것에 흥분하면서 한동안은 그림 작업보다 더 맹렬하게 인형을 만들어 나간 것 같아요. 평평한 원단을 실로 엮고 솜을 넣으면 통실통실한 인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직도 너무 신기해요. 앞으로도 인형 작업은 꾸준히 해나갈 예정입니다.
B : 실은 말이죠, 그림 속 인물들에게선 사랑스러운 작가님의 존재가 그대로 느껴져요. 작품 속 인물들을 그릴 때 본인을 떠올리며 작업하시는지요?
S : 저의 그림에는 제 마음 안에서 갈망하는 것들이 마구마구 등장하기 때문에 작품 속 인물에 저를 자주 투영시키기는 합니다. 하하.. 하지만 많이 미화가 되어 있어요.
B :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건이 따로 있으셨나요?
S : 어떤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오래 있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학기 초 쉬는 시간이 정말 괴로웠어요. 쉬는 시간에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노트에 멋진 옷을 입은 캐릭터를 그리는 거였는데, 그러다 보면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다가와서 그림을 칭찬해주고 자기도 그려달라고 조르곤 했거든요. 초등학생인 저에게 이만큼 뿌듯하고 자신감이 넘쳤던 경험은 많지 않았던지라 그 순간이나 감정들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 그때쯤부터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림은 어린 시절부터 제가 외롭지 않게 곁을 내어주는 친구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도 했고, 어린 시절의 저를 만들어준 큰 힘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좋아했던 그림을 가정 사정과 입시 등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했는데요. 그럼에도 항상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제가 있었어요. 그림에 대한 갈망이 많았어요.
그런 마음을 꾹꾹 묻어두고 살다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에 현재의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자신의 모습이 전혀 없다는 것을 드디어 받아들인 거죠.
그림을 그리자고 마음을 다잡기까지가 조금 괴로웠고, 결심한 이후에는 무직이라는 점도 돈이 없다는 점도 예전처럼 창피하거나 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었어요. 달라진 상황은 없었지만 그림을 업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하루하루를 조금 더 괜찮게 만들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그때에도 지금도 나는 결국 같은 이유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정말 신기하고,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 가야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서 자꾸 되새겨 보는 것 같아요.
B : 자,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께 ‘용기’란 무엇인가요?
S : 저에게 용기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에요.
삶의 전환점에서 고민하고 계실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용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2023. 01. 21.